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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란 가상의 개념이다. 화폐의 본질은 실존의아닌, 믿음에 있다.

 미크로네시아 연방의 섬인 얍(Yap) 섬은 독특한 화폐제도를 가지고 있었다. 초기에 이곳에 상륙한 유럽인들은 페이(fei)라고 불리는 돌 바퀴(Stone wheel)로 운영되는 화폐제도를 보고 매우 당황했다. 페이는 300마일 정도 떨어진 곳에서 채굴되며, 지름이 12피트(약 3.7미터)나 된다. 거래가 끝나면, 이 거대한 돌덩이를 새로운 주인에게 다시 운반하는 것이 너무나 불편한 일이었다.


 그래서 종종 옛주인이 돌 바퀴를 계속 갖고 있곤 했다. 그러나 얍 사회에서는 재산권을 나타내는 이 장대한 물건의 소유권이 거래를 거듭하며 누구에게로 넘어갔는지에 대한 상호 간 협의과 원활히 이루어졌으며, 이 페이는 채무 관계의 청산 및 결제 수단으로서 잘 기능하고 있었다.


 미국의 젊은 탐험가였던 윌리엄 헨리 퍼네스 3세(William Henry Furness)가 책에서 했던 이야기에는, 바벨썹(Babelthaup)섬에서 옮기는 도중 페이 하나가 바다로 빠져버렸지만, 여전히 새로운 주인이 소유권을 가진 거래 가능한 통화로 인식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페이 시스템은 인간 사회가 어떻게 가치와 권력에 대한 추상적 관념을 창조해내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이 관념은 돈의 가치가 허구적일지라도 어디에서나 쓰일 수 있다고 누구나 인식하게 된다면 엄청난 사회적 힘을 발휘한다. 그리하여 이전에는 훨씬 야만적이고 한게점이 많았던 권력 체제였음에도 불구하고 고대 그리스에서는 돈의 등장과 함께 민주주의라는 혁신적인 시스템이 출현할 수 있었던 것이다.


 돈이 새로운 세상의 도래를 이끌었고, 많은 가능성들을 창조해냈다. 그러나 추상적 개념을 받아들이는 것만큼 강력한 힘을 가진 것이 또 있었으니, 이는 문명의 발전이었다. 문명의 발전은 개인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특히 가치라는 것이 어떻게 성립하는 것인지에 대해 유의미한 설명을 하고자 하는 투쟁이었다.


 벽돌과 박격포를 파는 가게와 기타 물질적 재화들을 보고 자란 옛날 사람들은 요즘 사람들의 '가상의 재화'를 사는 것을 이해하기 힘들어 한다. 이 가상의 재화들은 가상화폐로 지불하는 것이 훨씬 쌀 때가 많으며 우리는 종종 "돈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지적인 토론을 벌이곤 한다. 그렇지만 우리 머릿속 깊이 자리 잡은 1달러 또는 1유로, 혹은 심지어 비트코인처럼 그 자체가 지닌 물질적 가치를 넘어 사고하기란 쉽지 않다.


 지금 당장 자신의 지갑에서 1달러를 꺼내보자. 1달러가 될 수도 있고 1유로, 혹은 1,000원인 그 종이를 꺼내보자. 그리고 자세히 들여다보고 이제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도대체 이것의 가치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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