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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해커톤 준비

 

 해커톤 예선에 가기 일주일 전, 첫 팀 미팅을 가졌다. 2~3시간 동안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후보군을 5개 정도로 추렸다. 임산부의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는 솔루션, 어려운 법률 및 정치에 대한 접근을 시민들에게 쉽게 재가공해서 전해주는 플랫폼 등 괜찮은 아이디어들이 나왔다.


 사실상 거의 처음 맞이하는 공모전 및 팀플레이였는데, 기대 이상으로 우리 팀의 조합은 훌륭해 보였다. 다들 열의도 있고 성격도 서로 겹치는 부분이 없어 갈등도 거의 없었기 때문. 어떻게든 본선은 갈 수 있을 거란 자신감마저 들었다.



#2 해커톤 당일


 한양대학교 안산(ERICA)캠퍼스에서의 해커톤의 활동은 워크시트부터 출발했다. 출전한 팀들의 구조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를 하는데 도움을 줄 워크시트들이 각 책상에 놓여 있었다. 막연한 공상에 지나지 않을 수 있는 아이디어를 더 구체화하는 작업을 1박 2일 동안 진행하는 것이다.


 워크시트를 작성하기 전에는 항상 멘토의 강의가 있었다. 워크시트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 어느 쪽에 맞춰 사고를 해야하는지 등 사고력과 창의력, 디자인싱킹에 초점이 맞춰진 강의였다.


 오후 5시까지만 해도,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너무 많은 것 아니냐, 1박 2일은 무슨 이따 밤에 편한 자리 모색해서 그냥 자도 되겠다 등의 여유를 부렸지만, 오후 7시가 되면서부터 상황은 180도 뒤바꼈다.


 어떤 작업이든 그 근본이 되는 아이디어와 컨셉을 확실히 잡고 가는 것이 중요하다. 즉 방향이 중요한데, 아이디어가 발전하고 살이 덧붙여지면서 오히려 이 근본이 흐려지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시민들이 어려워하는 법적 정보를 좀 더 쉽게 재가공해서 정치에 대한 높은 장벽을 허물자는 근본 아이디어가 어느새 법적 정보를 그저 쉽게 공유하고, 정보만을 나열해 놓은 단순한 커뮤니티 개념으로 변질되어 갔던 것이다. 


 근본 아이디어를 다시 가다듬고 살리는 작업을 하다 보니 어느새 오후 9시였다. 피피티도 만들어야 하고, 워크시트 내용도 모두 채우지 않으면 안됐다. 늦은시간 까지 계속 활동을 하여 피곤한 것도 있었지만, 내 아이디어를 글이나 문서로 정리하고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한 하나의 자료로 재가공하는 것은 정말이지 엄청나게 어려웠다.


  1박 2일이라는 의미를 그제서야 실감했던 것 같다. 나는 밤에 잠을 잘 참지 못하는 탓에, 오후 11시 30분까지 열정적으로 작업하고 잠들었다. 새벽 3시 30분쯤 다시 깨서 작업에 임하고, 5시쯤 다시 잠들기를 반복했다. 저녁 시간 즈음 잠들었다가 새벽에 활동하는 팀원도 있었고, 쭈욱 계속 깨어 있는 채로 활동해준 팀원도 있었다.


 특히 우리 팀의 팀장의 책임감은 정말 대단했다. 처음 만난 형이었지만, 이런 사람이라면 팀의 리더를 하기에 부족함 없는 재목이라는 마음이 저절로 들었다.




#1박 2일째


 오전 8시, 결과물 제출의 시간이다. 우여곡절 바쁘게 작업한 작업물들을 각 스텝에게 전달했다. 예선의 끝임이 느껴졌지만, 아직 9시 발표 일정이 남아 있었다. 발표는 우리 팀장이 하지만, 스크립트 작업은 팀원 모두가 참여했다. 빠진 아이디어를 보충하고, 길고 어려운 내용은 청중들에 이해하기 쉽게 가다듬는 작업 등을 함께했다.


 

#3 해커톤 예선 끝


 오전 9시, 정해진 양식에 맞춰 각 팀의 발표자가 2분이라는 짧은 시간으로 발표했다. 다들 잠도 못자고, 허겁지겁 미친 듯이 준비하다 보니 완벽한 발표로 느껴지는 발표는 거의 없었다. 없는 게 정상이다. 발표를 준비할 시간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으니까.


 예선에는 총 16개팀이 참가했고, 이 중에 6개 팀은 탈락한다. 해커톤 예선에서 나온 아이디어 및 그에 대한 내 개인적인 피드백을 아래 정리해봤다. /* 2분 동안의 발표를 듣고 정리한 내용이기에, 해당 서비스를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작성한 글임에 주의 */


  •  네일샾을 모바일로 예약하고 이용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

    네일샾을 이용하는 고객들에게는 편리함을, 네일샾을 운영하는 사람 입장에선 노쇼(no show)에 대한 걱정을 더는 서비스

    /* 불편함에 대한 솔루션은 맞지만 과연 이 대회 취지에 맞는 아이템일까? 하는 의문이다. 네일샾을 이용하는 데 불편함을 겪은 건 사회적 문제로 인정되기도 어렵, 해당 시장에서만 한정 된다. 타겟도 한정적이고 그렇다고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는 사회적문제도 아니다. 어플로 인한 효과도 그리 크지 않을 것 같다. 본선은 갈 수 있어도 결선까지 가기엔 좀 무리일 것 같다. */

  •  학생들의 급식에 대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

    학교 급식에 대한 직접적인 피드백 및 쌓인 데이터를 토대로 급식의 질 향상, 학생들의 만족도 향상을 기대할 수 있음

    /* 고등학교 수준의 솔루션 챌린지 대회에 나갔으면 입상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아이템이다. 하지만 이 솔루션 하나로 모든 학교를 관리하고 각 학교별 비교 및 한국학생들에 대한 의미 있는 데이터까지 추출할 수 있다면 충분히 결선까지 갈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

  •  고등학생과 대학생이 상호 공존할 수 있는 멘토링 시스템

    기존의 멘토링 시스템과 기업을 연동시켜 수익창출 모델까지 더한 서비스, 대학생들은 성실하게 답변을 참여할 때마다 스폰서기업에 대한 마일리지를 쌓아 해당 제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 대학생들이 고작 마일리지를 쌓기 위해 멘토링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까? 고등학생 멘토링 관련해서 시급 3만원을 주는 활동 등 쟁쟁한 멘토링 활동이 많은데 과연 이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이용할까? 예선도 통과 못할 것 같다. */

  •  가고 싶은 여행지를 VR로 상세하게 둘러볼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디테일하게 미리 조사할 수 있다. 책에 있는 아름다운 그림만 보고 여행을 갔다가 뒷통수 맞는 일을 방지할 수 있다.

    /* 본선은 갈 수 있지만, 결선은 못갈 것 같은 솔루션이다. 여행지에 가서 실제와 달라서 당황스러웠던 경험의 사용자가 많을까? 아니면 그 당황스러움마저 여행의 일환으로 여기고 즐겼던 사용자가 많을까? 고개가 갸우뚱 해진다. 개인적으로 나는 책에 나온 정보만으로 여행을 갔을 때 실망한 적이 한 번도 없다. */

  • 지역구 의원의 활동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

    자신의 지역구 의원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일은 제대로 하고 있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정치에 참여하는 시민이 될 수 있다.

    /* 예선탈락할 것 같다. 국회의원의 활동 등을 유심하게 살펴보는 시민이 어딨을까? 나 살기도 바쁜 세상이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시민도 이런 어플은 이용조차 안할 것 같다. */

  • 국민을 위한 법안 및 정치 소셜 플랫폼

    자신의 이익과 직접 관련된 법안의 현황을 쉽게 확인하고 그에 따른 적절한 대처 (좋아요 싫어요 국회의원에게 청원) 등을 할 수 있다. 터치 하나로 나의 권리와 이익을 챙기고 정치참여까지 할 수 있는 플랫폼.

    /*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솔루션이 처음으로 나왔다. 사실 국민들은 정치나 이런 데 별 관심이 없다. 관심이 생길 때는 자신의 이익에 해가 될 수 있을때, 나와 관련된 일일 때다. 자신에게 직접 관련이 있는 법안 및 정치 현황에 대해서 쉽게 확인하고 대처까지 할 수 있다는 건 꼭 필요한 솔루션으로 보인다. 결선 진출도 노릴 수 있을 것 같다. */

  • 여행 동행을 찾을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

    여행을 갈 때 쉽게 목적지와 시간을 설정해 동행도 구하고 채팅도 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

    /* 네이버에 있는 동행구하기 카페를 이길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 솔루션이라 보기에도 참 미미하다. 도대체 이게 왜 사회적 문제 혹은 해결해야할 문제일까... 뻔하고 크게 의미가 없어보인다. 예선 탈락감이다. */

  • 얼리 어답터와 그에 따른 리뷰를 확인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

    제품에 대한 정확한 피드백을 볼 수 있고, 제품을 구매하기 전 결정을 하는데 참고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기업입장에서도 제품을 테스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 잘하면 결선까지도 노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가 많이 이용할 수 있는 하나의 플랫폼으로 만든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파급효과도 상당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 */

  • 사물인식 혼합 현실 교육 플랫폼

    집에서도 사물에 대한 이해를 쉽고 실감나게 할 수 있다. 가령 나무 의자를 구성하는 속성은 뭐가 있는지, 또 그걸로 다른 사물을 만들 수는 있는지 등 구조적인 원리를 배울 수 있다.

    /* 굉장히 어렵고도 고도의 작업이 예상되는 솔루션이다. 이들이 상상하고 있는 서비스가 그대로 구현된다면, 꽤 많은 학부모들이 기꺼이 돈을 내고도 이용할 수 있을 것 같다. 본선은 갈 것 같고, 끝내주는 서비스로 구현한다면 결선까지 갈 수 있을 것 같다. */

  • 금연을 도와주는 손목 IT 밴드

    각종 데이터와 시각적인 정보제공으로 금연을 도울 수 있는 IT 손목 밴드다. 3만 2천원 정도의 금액의 밴드고, 쉽게 샤오미밴드 등을 생각하면 될 것 같다.

    /* 잘 모르겠다. 본선까진 어떻게든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결선은 무리다. 실험을 통해 효과가 입증되지 않는 이상 결선은 절대 무리다. 가격도 너무 비싸... */

  • 버스 정류장 벨을 직접 누르지 않고, 목적지 설정에 따라 자동으로 눌러주는 어플

    대중교통 이용시, 맘놓고 잘 수 있다. 벨을 누르지 않아도 목적지 설정으로 자동으로 눌러주고, 또 해당 정류장이 오면 진동이나 소리로 알려준다.

    /* 예선은 여차저차하면 통과할 수 있을 듯하다. 이것만으론 너무 약하기 때문에 결선까지는 절대 무리일 듯하다. 발전이 많이 필요하다. */

  • 빅데이터를 활용한 아이디어 노트

    많이 등장한 단어 및 키워드들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기록까지 할 수 있는 노트다.

    /* 예선 탈락감이다. 에버노트, 키노트, 원노트 등을 쓰지 누가 이걸 쓰랴... 시덥잖다고 생각했다. */

  • 기술과 결합해 실종자를 찾아주는 플랫폼

    세월이 지남에 따라 달라지는 실종자의 얼굴을 예측해서 표현해준다. 실종자를 찾을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 참 좋은 취지의 아이템이다. 그리고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는 사회적 솔루션으로의 의미도 충분하다. 예선통과는 물론 결선까지 노려볼 수 있는 아이템이다. */

  • 사용자 맞춤형 자격증 공부 어플

    자격증 및 공부법 추천, 정보공유, 오프라인 스터디를 온라인에서 가능하게끔 해주는 하나의 플랫폼

    /* 예선 탈락감이다. 시덥잖다... 수만휘를 이길 수 있을까? 그리고 오프라인 스터디를 온라인으로 바꾸는 건 넌센스다. 오프라인에서만 할 수 있는 영역이 있기에 오프라인을 이용하는 것이다. 차라리 AR로 화상 회의 시스템을 만드는 게 이것보다 백배 천배 도움될 것 같다. */

  • 보행이 불편한 시각장애인을 위한 장애물 감지 및 음성네비게이션 시스템

    기존에 초고가 (약 160만원)로 판매되고 있는 어깨에 둘러매는 음성 기기의 가격을 혁신적으로 줄이고 (약 15만원 수준),  기능 또한 더 효율적으로 개선했다.

    /* 너무 훌륭하다. 사회적 의미로서의 하나의 강력한 솔루션이고 가격 또한 혁신적으로 줄였다. 결선은 그냥 갈 수 있는 아이템이다. 이들을 나도 모르게 응원하게 된다. */

  • 증강현실로 경험하는 유아용 알고리즘 교육 플랫폼

    AR 어플과 AR 마커형 카드만 있으면 쉽고 재밌게 알고리즘을 접할 수 있다.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교육 제품들에 비해 값도 저렴하고, 집에서도 공부할 수 있는 등 공간의 제약도 적다.

    /* 본선진출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다른 매력적인 무료 알고리즘 교육 플랫폼들이 이미 시장에 넘쳐나서.. 결선까지 갈 수 있을지는 힘들 것으로 본다. */

  • 지하상가와 인터넷 쇼핑몰을 연결하는 플랫폼

    복잡한 지하상가 쇼핑에 효율성을 더한다. 더 이상 길을 헤매지 않고 내가 원하는 제품을 찾아 쇼핑할 수 있다.

    /* 지하상가에 쇼핑을 하는 연령대를 조사하는 것이 급선무일 것 같다. 그리고 그에 맞는 솔루션을 강구해야 한다. 본선은 갈수 있지만 결선은 갸우뚱 해지는 아이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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